한국 옥죄는 일본 ‘백색국가’ 제외…文대통령 “이기적 민폐” 강력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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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옥죄는 일본 ‘백색국가’ 제외…文대통령 “이기적 민폐” 강력비판
  • 이진태 기자
  • 승인 2019.08.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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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 등 수출 규제 한 달 만에 추가 보복
한·일 관계 1965년 수교 후 최악…이젠 ‘경제전쟁’
문 대통령 “일본, 이길 수 있다. 굴복하면 역사 반복”
자료=청와대

 

한국과 일본의 경제 관계가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2차 경제보복을 단행하면서 양국은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2일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주무 부처 수장인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총리가 연서한 뒤 공포 절차를 거쳐 오늘부터 21일 후 시행된다.

백색국가는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일본 기업이 수출할 때 일본 정부가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나라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 외에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등 총 27개국이 지정돼 있었다. 한국은 지난 2004년 지정됐지만 리스트에서 빠지는 첫 국가가 됐다.

일본 측은 “이번 조치가 한국의 수출관리에 불충분한 것이 있었기 때문에 취한 것일 뿐 징용 소송 관련 보복 조치가 아니다”고 기존 주장을 번복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각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시행령 개정 의견 공모에 4만666건이 들어왔고, 90% 이상이 찬성했다”며 “이번 조치는 한국의 수출관리에 불충분한 것이 있었기 때문에 취한 것일 뿐 (징용 소송 관련) 대항조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백색국가에서 한국이 제외되면 1100여개 달하는 품목의 수출 규제 등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와 2차 전지, 자동차 부품 등 제조업 소재 부품의 조달이 어려워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품목은 반도체웨이퍼와 공작기계, 탄소섬유 등이 꼽히고 있다. 실제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웨이퍼 또는 소자의 측정용’ 품목의 대일본 수입 의존도는 67.5%에 달했다. 

또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의 일본산 수입 비중은 82.8%, ‘반도체 디바이스, 전자직접회로 조립용 기계’의 일본산 비중도 52.1%로 절반 이상이다.

무엇보다 해당 품목들을 일본 기업이 한국에 수출할 때 3년에 한 번 허가를 일본 정부에 받고 간편한 절차를 거쳐 수출하도록 허용했던 기존과 달리, 앞으로는 건별로 매번 일본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기업들이 일본 정부의 결정에 따라 피해를 볼 수 있게 되는 상황이 예상된다.

文 대통령 “세계경제에 이기적 민폐” 강력비판

일본 정부가 백색국가 배제를 강행하면서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우리 정부가 밝히기도 했다. 한일 관계가 경제와 통상뿐 아니라 안보 협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이 같은 경제 보복에 문재인 대통령은 ‘민폐행위’, ‘명백한 무역보복’, ‘국제법 위반행위’ 등 전례없이 강경한 표현을 동원하는 등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자료=청와대

 

문 대통령은 일본 각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한 지 약 4시간 만인 오후 2시께 청와대 여민관에서 긴급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포함된 모두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외교적 해법을 제시하고, 막다른 길로 가지 말 것을 경고한다”며 “문제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일본 정부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정한 시한을 정해 현재의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협상할 시간을 가질 것을 촉구하는 미국의 제안에도 응하지 않았다”며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결 노력을 외면하고 상황을 악화시켜온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도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며 “결코 바라지 않던 일이지만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큰소리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이미 경고한 바와 같이 우리 경제를 의도적으로 타격한다면 일본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지금도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 뒤 “멈출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일본이 일방적이고 부당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하고 대화의 길로 나오는 것”이라며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우방으로 여겨왔던 일본이 그와 같은 조치를 한 것이 참으로 실망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조치로 우리 경제는 엄중한 상황에서 어려움이 더해졌으나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되나 우리 기업과 국민에게는 그 어려움을 극복할 역량이 있다”고 강조한 뒤 “정부와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와 사, 국민이 함께 힘을 모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며 “정부와 우리 기업의 역량을 믿고 자신감을 갖고 함께 단합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우리는 올해 특별히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며, 새로운 미래 100년을 다짐했다.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던 질서는 과거의 유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늘의 대한민국은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국민의 민주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경제도 비할 바 없이 성장했다”며 “어떠한 어려움도 충분히 극복할 저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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