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종전선언 흥미 있다"면서 조건 제시…대북 외교 시동 걸렸다
상태바
北 "종전선언 흥미 있다"면서 조건 제시…대북 외교 시동 걸렸다
  • 김준기 정치·사회부 기자
  • 승인 2021.09.24 14: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종전선언 제안'에 유의미한 입장을 보였다. 24일 하루에 두 건의 담화를 통해 종전선언 추진을 위한 '조건'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날 북한의 연이은 반응은 문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76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 추진을 다시 제안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북한은 먼저 이날 오전 리태성 외무성 부상의 담화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리 부상은 그러면서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겨냥해 미국이 이를 철회하는 등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시기상조"라며 미국의 태도 변화에 방점을 둔 외무성의 입장이 나온지 일곱 시간만에 김여정 부부장도 나섰다.

북한의 대외 사안을 총괄하는 김 부부장은 이날 오후 담화에서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의 입지를 감안하면 외무성의 담화에 비해 북한 당국의 선명하게 진전된 '평가'가 반영된 담화인 것이다.

김 부부장은 다만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과 자신들에게 제기되는 국제사회의 '이중기준'이 철회되야 한다는 외무성의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또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때가 적절한지, 그리고 모든 조건이 이런 논의를 하는데 만족되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라고 언급해 외무성을 통해 언급된 '시기상조론'에 부합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반세기 넘게 적대적이였던 나라'들'이 전쟁의 불씨로 될수 있는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종전을 선언한다는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종전선언이 남북미의 협상을 통해 이뤄지는 것임을 분명히 하는 발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김 부부장의 담화로 종전선언 추진에 임하기 위한 북한의 '조건'은 보다 선명해졌다. 미국, 남한이 모두 자신들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버릴 것, 특히 한미의 군사력 증강 행보는 괜찮고 북한의 군사력 증강은 '도발'이라는 '이중기준'을 버리라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8일 국제문제평론가인 김명철의 명의로 '이중기준'을 버리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15일 동시에 진행된 남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비판한 것이었다.

김 부부장은 이에 앞서 15일 당일 발표한 담화에서 자신들의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이 우리 군의 '국방중기계획'과 같은 것이라며 '내로남불'식 태도를 버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종전선언의 추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남북관계 진전 가능성을 연계하기도 했다. 특히 '환경 조성'을 위해 남한이 "신경을 쓰라"며 '역할'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남조선이 때없이 우리를 자극하고 이중잣대를 가지고 억지를 부리며 사사건건 걸고들면서 트집을 잡던 과거를 멀리해야 한다"라며 "(남조선이)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북남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 계기 종전선언 추진 제안에 이어 미국의 "열려 있다"는 입장, 북한의 조건 제시로 인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한 대북 외교는 다시 본격적인 시동이 걸린 상황이 됐다.

북한은 지난 4월의 물밑 접촉, '핵 협상 카드'로 꼽히는 영변 핵시설의 재가동 등으로 협상 재개를 위한 나름의 준비를 진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여기에 지난 2018년의 비핵화 협상 이후 '사라진 안건'이 됐던 종전선언 논의까지 다시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재료'가 하나씩 구성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