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약진, 엔저쯤은 가볍게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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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약진, 엔저쯤은 가볍게 무시
  • 시사레코드 기자
  • 승인 2022.04.2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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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예전에는 엔화가 약세면 한국이 매우 긴장했다. 엔화가 약세면 수출전선에서 일본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양국 모두 내수보다는 수출 의존형 경제였기 때문에 한때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에 따라 경제신문 환율 담당 기자들이 가장 신경썼던 부분도 원/엔 환율이었다.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인상을 추진함에 따라 최근 엔화가치가 20년래 최저로 떨어지는 등 급락하자 외신들도 이를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국내 언론은 비교적 조용하다. 10~20여 년 전만 해도 한국 언론이 가장 호들갑을 떨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엔저에도 한국이 꿈쩍하지 않는 것을 한국 언론이 아니라 일본 언론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일본의 대표 경제지 닛케이신문은 25일 한국 대기업들은 한국과 일본 경제가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많이 진행됐고, 한국 경제의 대일의존도도 예전처럼 크지 않기 때문에 엔저를 무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 - 닛케이 갈무리

특히 닛케이는 한국의 대기업들은 더 이상 엔저 위협을 느끼지 않고 있으며, 이는 경제 권력 이동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한국 기업이 엔저를 무시하는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다음은 닛케이 기사를 요약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독자적인 시장을 개척했다. 현·기차는 더 이상 일본 자동차의 값싼 대체품을 팔지 않는다. 대신 전기차와 프리미엄 제네시스를 앞세워 선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일본과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박종훈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일경제연구부장은 "한국 기업들이 독자적인 라인업을 구축했기 때문에 한국 제품은 더 이상 일본 제품의 대체품이 아니다"며 “기업들이 엔화 약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엔화 약세가 삼성전자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 대부분이 미국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닛케이는 한일 경제관계에 ‘패러다임 시프트’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가 이제는 엔화 약세 정도는 무시해도 될 정도로 크고 다양해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보수 진영 출신답게 일본과 관계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시절 한일관계는 ‘빙하기’였다. 일본 보수언론이 “윤석열 당선자가 문재인씨 체포에 총력을 기울일 것” “문재인씨는 노무현씨의 전철을 밟을 것” 등의 막장 기사를 내놓고 있을 정도다. 이에 비해 한일 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로 윤석열 당선인의 승리는 반기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대일 강경노선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 국민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5년 위안부 합의는 당사자인 위안부들의 의견 수렴 없이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된 졸속의 전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주요인은 아니지만 한 요인은 됐을 터이다.

60년대 박정희 시절에는 먹고살 길이 막막해 굴욕을 각오하고라도 대일 청구권 자금을 받는 등 한일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대부분 국민들이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상황에서 대일 저자세 외교는 국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물론 국제사회에서 적보다는 친구가 많은 것이 좋다. 한일 관계도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해가면서까지 졸속 추진하는 것은 거대한 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우리도 이제는 엔저쯤은 가볍게 무시할 정도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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