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법무빌딩 방화사건 방화범이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에서는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칼 1점도 발견됐다.
대구경찰청은 10일 수성구 범어동의 한 법무빌딩에서 발생한 현주건조물방화치사 사건 현장에 대한 정밀 감식 결과 50대 용의자가 빌딩 2층 203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정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9~10일 실시된 두 차례의 감식 결과 연소 잔류물에서 휘발유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경찰은 또 이날 오전부터 4시간여 동안 진행한 2차 정밀 감식에서 유리용기 등 잔류물 4점을 추가로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감정을 의뢰했다.
현장에서는 날 길이 11㎝의 흉기 1점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 흉기가 범행에 실질적으로 쓰였는지 밝히기 위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방화범을 포함해 숨진 7명에 대한 부검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진행 중이다.
앞서 사건 현장의 유일한 생존자로 알려진 숨진 A변호사의 사무장 B씨는 경찰에서 "방화범이 사무실에 들어와 '다 같이 죽자'는 등 고함을 친 뒤 범행했던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더 해봐야겠지만 순식간에 번지는 인화성 물질에 의한 화재 특성상 불을 지르고 나서 흉기를 사용한 것 같지는 않다"며 "흉기로 먼저 찌르거나 위협한 뒤 방화한 것으로 보고 범행 동기와 범행 방법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화재 현장에서는 본능적인 탈출 시도로 희생자 시신이 주로 출입문 쪽에서 발견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일부 희생자들이 출입문 쪽이 아닌 사무실 책상 아래 등에서 발견됐다.
이는 방화범이 휘두른 흉기에 공포감을 느껴 책상 아래 몸을 숨기고 있다 순식간에 번진 불길에 화를 당했다는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불길이 삽시간에 번지는 상황에서 사람을 찌를 수 있는 경황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며 "정황상 피해자 중 일부를 흉기로 먼저 찌르고 난 뒤 인화성 물질에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오전 10시55분쯤 방화 용의자인 50대 남성이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 인근에 있는 7층짜리 건물의 변호사 사무실 2층 203호에 인화성물질이 든 통을 들고 들어가 불을 질렀다.
이 불로 방화 용의자를 포함해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