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부업’ 대기업 사외이사, 400시간 일하고 ‘억대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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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부업’ 대기업 사외이사, 400시간 일하고 ‘억대 연봉’
  • 이진태 경제부 기자
  • 승인 2024.03.2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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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00대 주요 기업 가운데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100% 찬성만 한 기업의 비중이 전체 90%를 넘겼다. 2022년까지만 해도 이들 기업 비중은 88% 수준이었다. 이른바 ‘거수기’ 역할만 하는 500대 기업 사외이사들의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으며, 주요 대기업 사외이사는 대체로 억대 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사외이사의 평균 연봉은 약 2억320만 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사외이사의 평균 보수가 2억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지난해 8번의 이사회와 17차례 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CEO스코어가 매출 기준 국내 500대 기업 중 주주총회소집공고 보고서를 제출한 181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2023년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100%인 기업은 전체 181개사 중 163곳(90.1%)에 달했다. 이는 전년 159곳(87.8%)보다 늘어난 수치다.

특히 첫 평균 연봉  2억 원이 넘은 삼성전자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100% 찬성하고 나서는 등 국내 ‘사외이사 연봉 1억 클럽’ 기업들 가운데 5개 이상 기업의 사외이사들이 전체 이사회 안건에 100%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기업 중 9곳은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보류·기권 포함)를 한 번도 던지지 않은 셈이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전체 안건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찬성률 무려 99.3%에 달했다. 다만 전체 찬성률은 전년인 2022년 99.4%보다 단 0.1%포인트만 낮아졌다.

특히 매출 기준 30대 기업 중 비상장사 등을 제외한 14개사만을 보면 SK하이닉스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12개사는 찬성률이 100%였다.

이 가운데 사외이사의 1인당 평균 연봉이 2억 원을 넘는 삼성전자(2억320만 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1억1830만 원)‧LG전자(1억430만 원)‧현대모비스(1억280만 원)‧삼성물산(1억4620만 원) 5개사 사외이사들이 단 한번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이 중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각각 전년 대비 사외이사 1인당 평균 급여가 11.5%, 9.8%씩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기업 중 금융지주(KB·신한·하나) 3곳의 사외이사 안건 찬성률도 모두 100%로 집계됐다.

전체 기업 중 지난해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가장 낮은 기업은 유한양행으로, 찬성률이 90.0%였다. 유한양행은 전체 140표 중 찬성 126표, 보류 13표, 기권 1건으로 집계됐다. 유한양행은 타법인 투자에 대한 안건 2개와 지분 매각에 대한 안건에 대해 내용 보완 및 추가 설명 요청을 사유로 보류 의견이 제시됐다.

SK가 90.7%로 뒤를 이었다. SK는 장동현 대표이사 및 조대식 사내이사에 대한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에 대한 안건 4개에 대해 사외이사 전원이 반대했다. 이외에 정관 일부 변경에 대한 주총 안건 상정의 건, P사 구조개편의 건, 자회사 유상증자 참여,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 체결 건에 대해 1명의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졌다.

SK하이닉스 역시 91.4%의 찬성률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운영 비용 거래 안건, SK E&S와의 거래 안건에 대해 사외이사 전원 보류 및 해외계열사와의 거래 안건에 대해 반대의견이 제기돼 부결됐다. SK는 그룹 내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 전문경영인·시민단체 관련자 등 다양한 인사들을 이사회에 참여시킨다. 이어 △한진 92.9% △삼성중공업 92.9% △엔씨소프트 93.7% △네이버 94.9% △한국전력공사 95.1% △케이티 95.1% △크래프톤 97.5% 순으로 집계됐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은 97.8%로, 전년 96.9%보다 0.9%포인트 늘어 개선됐지만, 출석률이 90% 미만인 기업 수도 7곳에 달했다. 지난해 사외이사의 출석률이 가장 낮은 기업은 대한제강으로 72.7%에 불과했다. 그 뒤를 남해화학 84.4%, KG모빌리티 86.0%, 에스디바이오센서 87.8%, LF 88.0% 순으로 이어갔다.

이들 기업 이사회 안건 가운데 찬성이 아닌 의견이 제시된 안건은 사업‧경영 관련 안건이 21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특수관계거래 10건, 인사‧보수 8건, 규정‧정관 5건, 자금 1건 순이었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이사회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안건은 사업‧경영으로 31.3%을 차지했다. 전년 대비 비중이 가장 크게 늘어난 안건은 차입·대여·보증 등 자금 관련 안건(17.2%)으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늘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 업종에서 자금 관련 안건 비중이 지난해 36.5%에 달해 전년 17.8%보다 18.7%포인트나 증가했다. 건설‧건자재 5.9%포인트, 석유화학 4.7%포인트, IT전기전자 4.5%포인트씩 증가했다.

100대 기업 중 1억 이상 16곳 이상

한편 삼성전자 사외이사의 평균 보수가 2억 원을 넘기면서 국내 대기업 사외이사들의 연봉에 관심이 집중됐다.

CEO스코어가 지난 2023년 말 기준 시가총액 100대 기업 주주총회소집공고를 제출한 48곳의 사외이사 보수현황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보수는 전년 1억8220만 원보다 11.5% 오른 2억320만 원으로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2억 원을 넘겼다. 이는 지난 2018년 1억3700만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억 원을 넘긴 뒤 5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에는 총 8번의 이사회가 개최됐다. 또한 삼성전자 사외이사 연봉은 금액과 증가율에서 1억 원을 넘긴 11개 기업 중 가장 컸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텔레콤은 1인당 평균 1억6870만 원(1.5%↑)을 지급하며 연봉 순위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평균보수 1억5950만 원(3.2%↓)을 지급한 SK스퀘어였고, △삼성물산 1억4620만 원(1.2%↑) △현대자동차 1억1830만 원(9.8%↑)이 4, 5위였다.

공시가 완료된 시총 100대 기업 중 사외이사 연봉 ‘1억 클럽’에는 △포스코홀딩스(1억1630만 원) △SKC(1억1480만 원) △네이버(1억1130만 원) △LG(1억430만 원) △LG전자(1억430만 원) △현대모비스(1억280만 원) 등이 포함됐다.

다만 국내 시가총액 순위 100대 기업 중 사외이사 연봉이 1억 원 이상인 ‘사외이사 연봉 1억 클럽’에 속하는 기업 수는 올해 16곳 정도에 머물며, 전년 17곳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2022년 사외이사에 평균 1억 원 이상 보수를 지급했던 LG화학이 지난해 9800만 원 수준으로 보수를 줄인 데 따른 것이다.

공시를 앞둔 시총 100대 기업 중 사외이사 연봉 1억 이상이 예상되는 기업은 △SK이노베이션(1억7120만 원·이하 2022년도 지급액) △SK(1억6640만 원) △SK하이닉스(1억5800만 원) △SK아이테크놀로지(1억2820만 원) △LG디스플레이(1억180만 원) 등 5곳이다.

반대로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엔지니어링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한항공 △고려아연 △포스코DX 등 13곳은 전년 대비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보수액을 줄였다.

또한 시총 100대 기업 중 사외이사 연봉이 5000만 원 미만인 곳은 △코웨이 △카카오페이 △코스모신소재 등 3곳으로, 이들은 사외이사 1인 평균 4200만 원, 3750만 원, 3600만 원을 지급했다. 금융권에서는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에서 활동한 사외이사들은 연봉 7000만∼8000만 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기업 사외이사들은 업계 최고 대우를 받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 사외이사들은 연 1회 종합건강검진, 회의 참석 시 의전 차량 등이 지원된다. 사외이사들은 업무 강도는 낮은 반면 거액의 보수에 각종 유·무형 혜택이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사회에 참석해 일한 시간은 300∼400시간에 그쳤다. 재계에서는 ‘최고의 부업’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회사에 따라 보유한 골프회원권을 사외이사들에게 제공하기도 하고, 때마다 고급 호텔에서 워크숍을 여는 곳도 있다고.

사외이사들이 누리는 과도한 혜택은 지난해 12월 국내 철강 대기업 P사 이사진이 경찰에 고발되면서 외부로 드러나기도 했다. 재계에 따르면 P사 이사회는 캐나다 밴쿠버 일원에서 열린 이사회를 명목으로 이사회 구성원들이 골프 관광을 하고 최고급 호텔에 묵거나 최고급 와인 등을 즐기는 등 호화로운 출장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 사외이사들은 해외 출장 겸 사업장을 방문하는 비용도 회사 부담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외이사들이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기업의 경영 활동이 올바른 길로 나갈 수 있게 견제하는 자리”라면서도 “반면에 ‘최고의 부업’ 또는 ‘은퇴 후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역할에 비해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며 “과도한 지출을 동반하며 사업과 연관 없는 해외 호화 투어 수준의 이사회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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