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번역출판사업 관리부실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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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번역출판사업 관리부실 도마에
  • 김보민 문화부 기자
  • 승인 2023.07.0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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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한국문학번역원 부실한 심사 운영으로 공정성 훼손”
문화체육관광부 세종시 청사 전경
문화체육관광부 세종시 청사 전경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출판지원사업이 심사위원 구성과 심사과정에서 공정성 부족, 예산 관리의 비효율성 등 부실한 심사 운영으로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관련 사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3일 밝혔다.

번역출판지원은 해외에서 한국 문학작품을 출간하고자 하는 국내출판사·에이전시 및 해외 출판사에 번역 또는 출판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6억원을 투입해 총 205편의 작품을 지원했다.

문체부 조사 결과 이 사업은 소수 심사위원이 1년간 심사를 도맡아 진행했으며, 심사위원 자격 요건이 모호하고, 심사위원 선정과정이 불투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에 따르면 총 200편이 넘는 지원작을 선정하는 사업임에도 국내출판사·에이전시 지원사업은 2명, 해외출판사 지원사업은 3명으로 심사위원단을 운영해 심사 공정성 확보가 부족했다고 문체부는 지적했다.

최저점과 최고점을 제외하지 않는 방식으로 심사가 진행돼 심사위원 1인의 의견이 과대 대표되고, 선정작의 점수 편차가 크게 나타나기도 했다. 동일 작품에 대한 동일 심사위원의 작품성 점수가 심사 회차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등 평가의 객관성 확보가 미흡한 사례들도 있었다.

또 심사위원 임기를 사업 시행 요강에 규정하지 않고 번역원 내부 지침에 따라 운영했으며, 지침에 따른 임기를 지키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심사위원 선정과정도 불투명했다. 심사위원회 구성 관련 시행 요강도 ‘문학평론가 및 출판전문가’라고만 규정해 자격 요건이 모호했으며 ‘성별·출신대학·전공분야·세대(연령)·참여 횟수 등을 종합 고려한다’는 일반적인 기준만 제시했다.

이런 규정 하에 내부 담당 부서가 후보자를 추천하고 기관장이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위원을 선정했다.

해외출판사 지원 사업은 한 번에 심사하는 대상 도서가 50~60권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본회의 당일에 도서를 제공해 사실상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심사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으로 파악됐다. 심사기준 중 ‘작품성’ 항목 비중이 제일 높은 점(100점 중 40점)도 문제라고 봤다.

미진한 사후관리도 문제로 지적됐다. 해외출판사는 번역원에 판매 실적을 보고할 의무가 있으나 지난 5개년(2017~2021년)간 판매실적 조사 대상 753권 중 140건(약 19%)의 판매 실적이 미집계 됐다고 문체부는 지적했다.

현지 출판사 섭외 이전 완역을 선지원하는 국내 출판사·에이전시 지원사업의 경우 2021년 지원 작품 14건 중 단 1건만 현지에 발간되는 등 사장되는 원고도 다수 발생했다.

박보균 장관은 "우리 작가 작품이 2년 연속 영국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K-북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집중된 번역출판 환경에서 불공정성, 부실 논란을 야기하는 지금의 사업 운영 행태는 충격적"이라며 "번역원의 리더십 각성과 자세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번역출판지원사업이 해외에 우리나라 도서를 알리는 핵심사업인 만큼, 이번 자체점검 결과 드러난 문제점 외에도 불공정 관행을 엄밀히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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